나는 왜 브런치와 네이버 블로그를 버리는가
대기업 광고판이 되버린 블로그 생태계에서 낭만을 찾다.
브런치에 쓴 첫 글이 21년 10월, 글 120개를 작성했다. 그 전에 네이버 블로그는 20년 6월에 시작해서 100개 정도 되는 글을 썼다. 썼다가 내린글, 삭제한 글까지 포함하면 족히 300개는 쓴 것 같다. 나는 글쓰는 것을 좋아하고 지식을 나누거나 내 현황을 풀어내는걸 좋아한다. 그래서 이만큼 올 수 있었다. 광고도 안붙혔고 중간에 들어오는 제안도 한번도 안했기 때문에 딱히 이득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물론 지금도 유효하다. 나는 글쓰는걸 아직도 즐긴다. 따로 끄적끄적 적은 내용을 아카이빙해놓기도 하고 그냥 쓸 글 목록을 투두리스트로 관리하기도 한다. 글감노트에는 아직 세상에 나오지 못한 좋은 원석들이 그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않는 이유가 있다.
전통 블로그 시장을 욕하는려고 쓰는 글이 아니다. 그저 왜 이번에 개인 웹사이트로 모든 글들을 이전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시리즈 글의 서두를 장식하기 위함이다.
글쓰기 시장
알다시피 블로그의 시장은 인터넷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대표적인 광고/마케팅 수법 중 하나로 잘 쓴 글 하나의 파급효과는 정말 대단하고, 이런 글들은 반영속성을 지니기 때문에 광고주들은 많은 돈을 지불한다.
다만 돈 목적이 아니라 선한 영향력을 위해 지식을 나누거나 일상을 공유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다는 점이고 수가 적지 않다. 물론 종단에는 광고를 실어보내거나 양질의 글을 많이 써서 몸집을 불린 다음 수익화를 시도할 수도 있지만, 앞전에 언급한 목적들을 위해 쓰는 글도 있고 나처럼 퍼스널 브랜딩을 위해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이력서의 일환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 개인 소장용으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한게 블로그니까.
하지만 우리는 이 플랫폼이라는 것을 공유해야한다. 개설만 해도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쪽지나 이웃 신청을 받아야 하고, 흔히 알고리즘이라고 불리는 시스템의 눈에 들기 위해 좋아요 작업이나 댓글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정 포탈의 검색결과나 글 작성 플랫폼의 관리자 눈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면 내가 글을 쓰는 목적 자체가 상실되는 기분이다. 그냥 로봇들의 먹이로 보인달까.
문제는 돈일지도 모르겠다.
기능의 부재
플랫폼에게 요구한다고 다 들어주는것도 아니고 목마른놈이 우물을 파야되는건 정상적인 이치니까 뭐 툴툴거려보자면 다음과 같다.
예약 발행
내가 글쓰기 플랫폼으로 쓰던 브런치에는 예약발행 기능이 없다. 나는 드래프트를 발행해놓고 나를 기다리는 독자에게 보여줄 땐 “00일 00시 발행” 이라고 보여주다가 실제 발행되면 짜잔 하고 바뀌게 하고 싶은데, 애초에 발행 조차 되지 않는다.
이러한 요구는 항상 있어왔지만 어떠한 입장도 없이 묵살되어 왔다. 물론 별로 어렵지도 않은 것일테지만, 후원 기능 같은 것을 먼저 내는 것으로 봐서는 이제 예전에 감성있던 플랫폼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돈을 벌어야만 하는 기업이 되버렸다고 판단할 수 있다.
스팸 방지
정말 스트레스 많이 받았던건 이 부분이다. 각 플랫폼에 알고리즘이나 노출정책에 따라 글이 상위랭크되거나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다보니 속된말로 똥글을 싸지르는 녀석들이 이 알고리즘을 공략해서 인플루언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브런치에서는 글을 발행한지 5초만에 좋아요가 몇개씩 추가되는 기묘한 현상이 있다. 내 구독자도 아닌데. 분명 어떤 봇같은게 도는게 분명하다. 브런치는 다른 글쓴이와의 교류를 중요시 여기는 것 같다. 들어가보면 정상적으로 글을 쓰시는 분들인데 읽지도 않고 좋아요를 눌러대니 이렇게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런 스팸들을 왜 관리하지 못하는건가. 그냥 무시하면 안되냐고? 글쓰기에서 인터렉션은 동기부여다. 관중 없는 경기장에 플레이어는 필요없다. 의미없는 스팸은 악성 관중이고 이는 관리될 필요가 있지만 전혀 관리받지 못했다. 네이버 블로그에서는 의미없는 서로이웃신청 때문에 떠낫고, 브런치에서는 의미없는 좋아요에 떠난다.
SEO
블로그 플랫폼이라면 어련히 알아서 해주겠지만, 결국 모든걸 다 해주진 않는다. 다만 확실한건 SEO에는 왕도가 없기 때문에 플랫폼 차원에서 어느정도 괜찮다 싶은 정책을 정하고는 오랫동안 변경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다음 사진을 보자.
SEO의 주요 메타 태그 중 descriiption 태그는 해당 웹문서를 부연설명하는 기능을 가진다. brunch는 본문의 첫부분을 40자까지 잘라서 보여준다. 하지만 어떤 글이 앞 40글자로 설명되는가? 글의 서두에는 다양한 목적의 문단이 올 수 있다. 다행히 두괄식으로 쓴 글이라면 어느정도 설명될 수 있겠지만, 기대감을 증폭시키기 위해서나 스토리텔링을 위해 초반부에 딱히 상관없는 글들이 자리하기도 한다. 40글자는 SEO 공식 가이드에 따른 조치임을 알고 있지만, 저렇게 무식하게 잘라버리면 맨 마지막 2굴자인 “그런” 이라는 단어는 아무 의미도 가지지 못한다.
EX) 리치텍스트 스니펫
내 글에도 소개했었는데, SEO에는 그저 색인이 올바르게 생성되고 상위 랭크되는 것 이외에도 색인 결과를 변경시킬 수 있는 커스텀도 가능하다. 이런 부분은 글쓰기 플랫폼 기업이 제공하지 않으면 영영 이점을 받을 수 없다. 내가 구현해버릴 수 있는건데도 손놓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가령 게시글의 경우 언제 쓰여졌고 댓글이 몇개 달렸는지, 토론 글인지 투표 글인지 등을 표기해줄 수 있다. 내가 레시피를 작성했다면 그 게시글은 레시피로써 스니펫에 노출되게 된다.
새 목적
일단 새로운 개인 웹사이트의 목적은 블로그만이 아니다.
퍼스널 브랜딩
퍼스널 브랜딩은 내 스스로를 설명하는 과정이다. 나 스스로를 설명하는 사이트는 내가 만든 웹사이트 말고는 없다고 생각해서 일단 사이트를 열였다. 이 사이트에 다양한 컨텐츠와 기능들로 나를 설명할 수 있도록 만들어볼 생각이다.
그래서 내 사회적 자아 중 하나로 컨텐츠를 발행할 수 있는 사람을 넣었다. 블로그 포스트 말고도 다양한 컨텐츠가 있다. 강의, 배너, 비디오 등등 글 말고도 해보고 싶은 컨텐츠가 많다. 아직 초기버전이지만 점점 글 퀄리티나 운영/마케팅 방식을 변경해보고 싶다.
판매
내가 뭘 팔 수 있을까? 단순히 근로소득을 받는 것 말고 팔아본 것은 대표적으로 멘토링이 있다. 지금은 어떤 회사에서 주관하는 멘토링 코스의 멘토로서 활동하고 있지만, 나중엔 이 사이트에서 일정 인원을 채워 멘토링을 진행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커피챗이나 외주, 강의, 광고 등도 판매할 수 있을 것 같다. 지식노동자로서 제품화할 수 있는 것들은 다양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유명한 사람이 아니거나 플랫폼을 끼지 않으면 잘 판매되지 않으니 언제 첫 판매를 해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마치며
플랫폼은 모이는 곳이다. 어떤 플랫폼이든 그렇다. 무신사에는 멋지게 보이고 싶은 사람과 그걸 파는 사람들이 모이고, 배달의 민족엔 배고픈 사람과 그걸 충족시켜줄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인다. 글쓰기 플랫폼도 같다. 사람이 많이 모인다. 그리고 이 안에서 글을 쓰는게 여러모로 좋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애초부터 모든걸 만들어낼 수 없고, 글 자체도 다양한 글을 접하면서, 글에 대해 피드백도 받고 인터렉션하면서 성장할 수 있으니까.
다만 나는 이제 그 궤도에서 벗어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