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10. 신천지 - 북경, 상해 여행기

북경에 산리툰 이 있다면 상해엔 신천지 가 있다. 영어로는 New World, 중국 도시들은 영어로 바꿔놓으면 정말 돌직구 직역을 하나보다.

신천지는 상해의 유럽풍 거리다. 일찍이 유럽에 개항당한 탓에 상해는 곳곳에 눈 감았다 뜨면 유럽인 줄 착각할 만큼 유럽풍 건물들이 즐비하다. 그리고 이런 유럽풍 건물들이 모여있는 곳들은 으레 관광지가 되곤 하나보다. 신천지나 티엔즈펑, 와이탄(건너편 말고) 등이 다 유럽풍 건물이 모여있는 곳이다.

여하튼, 이번에도 역시나 구글맵에는 딱히 정보가 없고, 열심히 유튭이랑 블로그 보고 찾아냈는데 부모님은 관심 없어하시고 피곤하다고 하셔서 미리 택시 타고 가시고 이번엔 동생까지 네 명의 젊은이가 가게 되었다.

그래서 신천지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나도 잘 모르겠는 게 구글맵에는 그냥 건축물이라고 나오지만 가보면 쇼핑몰 이름, 주변 지하철 역 이름이 신천지다. 그리고 그 쇼핑몰 별로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아서 그게 신천지라면 사기가 아닐까.

신천지 쇼핑몰 거리

약간 이런 분위기다. 그냥 길 가다 보이는 화려한 쇼핑몰들이 몰려있는 느낌 정도? 투어 버스도 지나다니는 걸 보니 뭐 대표 관광지인가 보다 싶었다. 일단 여긴 다 크니까 쇼핑몰도 그만큼 크구나. 아크테릭스 공룡 뼈다귀 크게 보니까 이쁘네~

신천지 윈터 드림랜드?

근데 신천지 쇼핑몰을 나와서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 보니 정말 말도 안 되게 화려한 유럽 밤거리를 보는 느낌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세상 비싼 술집이나 브런치 카페 분위기의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신천지에 대해 조사할 때 한여름 낮 사진만 많이 봐서 우리는 밤에 가서 뭐 볼 게 있겠나 싶었는데 밤이 진짜 화려하다. 크리스마스 즈음이라 그랬나? 중국은 크리스마스 공휴일도 아닌데

Winter Dream Land라고 적혀있는 걸 보니 겨울에 한시적으로 여는 크리스마스 마켓인 듯했다. 우리가 간 날이 크리스마스 전전날이라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이 카페 정말 이뻤다. 패딩을 입어야 할 정도로 날이 약간 추웠는데 야장에 너나 할 것 없이 다 앉아있는 걸 보고 정말 유럽사람들 같다고 느꼈다.

걷는 내내 볼 수 있는 풍경은 나무를 마치 아몬드 빼빼로처럼 주황색 알전구로 감싸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뽐낸 조형물들이다. 우리나라도 화려한 거리가 몇몇 있지만 여기만의 이 화려한 분위기는 못 낼 것 같다. 처음 보는 종류의 화려함이랄까.

중국 거리 구성의 특징일 수도 있는데, 화려한 메인 스트릿로부터 뻗어 나온 줄기에는 이렇게 고즈넉하고 얌전한 거리들도 있다. 거리엔 사람이 붐비지 않고 벽돌 색들도 화려한 조명이 아닌 간판에서 오는 간접등만 받으니 고상한 유럽 벽돌같이 보인다. 분명 같은 벽돌일 텐데 말이다.

솔직히 나는 이런 골목이 더 좋다. 화려하고 멋진 거 나도 가끔 눈이 돌아가지만 어디서 커피를 마시고 싶냐고 묻는다면 100이면 100 뒷골목을 택할 것 같다.

신천지 거리엔 여러 오브제를 판매하는 힙한 가계들이 많았다. 가격이 비싸지만 집에 하나 들여놓고 싶은 오브제들도 있었고 사면 부모님한테 욕한 바가지는 먹을 것 같은 비싼 쓰레기도 있었다.

그리고 스타벅스가 저 쪼끄만 중고트럭 같은 차량에 있는 것도 너무 매력 있었다. 중국이라 가능한 건가? 진품일까..? 그냥 에라 모르겠다 하고 스타벅스 가져다 쓴 건가..?

직접 가보면 말도 안 되게 화려하고 중국 같지 않다. 귀 막고 흐린 눈 뜨면 유럽 크리스마스 마켓인 줄 알겠어. 그리고 상하이 젊은이들은 여기 다 모여있었다. 다들 이쁘고 멋지게 한껏 힘을 주고 와서 비싼 음식과 술을 즐기는 장소다. 거리에 화려함과 수더분함이 공존해서 예뻤다. 그리고 사람이 꽉 찬 거리가 주는 에너지가 있다. 중국은 땅덩어리가 넓어서 그런가 사람이 듬성듬성 있다. 계중에 이런 거리는 귀하다.

다른 사진을 보니 여름에 와도 이쁠 것 같았다. 초록 잎사귀가 나오는 나무가 아주 많고 햇빛도 강해서 다음에 오게 되면 여름 한낮에 와서 즐기고, 여름밤도 즐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