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화 5. 천안문 광장 - 베이징, 상해 여행
역사의 무게를 느끼며
2일 차 첫 번째 일정은 천안문 광장이다. 우리에게는 역사책에서 봤던 그 광장이다. 그 사진은 유명한 항상 흑백이었고, 탱크 여러 대 앞을 막고 있는 의연한 한 명의 남성이 있는 사진이었는데 실제로 보니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중국도 여느 나라처럼 근현대에 왕정에서 두 가지 진영을 선택해야 할 기로에 있었다. 중요한 건 이를 국민들이 결정한 게 아니라 당시 실권을 잡고 있던 여러 정치인과 군인들이 결정하는 것이었고,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중 사회주의가 득세하던 시기다. 몇몇 사람들은 문제의식을 느끼고 천안문에 결집하여 민주주의를 외쳤고, 수뇌부는 이들을 국가의 적으로 규정하고 군인들을 동원하여 진압한 사태이다.
지금도 중국 내부망의 포털사이트인 바이두 같은 곳에 천안문을 검색해도 이와 같은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당연히 교육 과정에도 포함되지 않고 실제 천안문 사태를 부르는 은어도 있다고 한다.
일단 천안문 광장은 항상 공안이 삼엄하게 경비하고 있어 예약이 필요하다. 예약은 돈이 들지 않으며 위챗페이로 접속해서 천안문을 검색하고 들어가면 아래와 같은 사이트가 나오는데, 여기서 같이 갈 사람들의 여권정보를 입력하면 끝이다. 워낙 큰 곳이라 딱히 제한인원이 정해져 있는 것 같진 않고, 하루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못 들어간다. 그래서 우리가 첫날 못 들어간 거다. 당일 예약은 보안 이유로 안 되는 것 같았다.
당연히 중국어만 지원하기에 하나하나 캡처해 가며 번역해서 진행했다.
입장
택시를 타고 천안문 입구에서 내려서 긴 줄을 서서 보안검색을 통과한다. 보안카메라도 엄청 많고 입장할 때 사진도 찍는다. 여권은 물론 짐검사까지 철저하게 진행한다.
보안검색은 몇 번 하다 보면 그러려니 하는 부분이고, 공안들도 그냥 대충 슥슥 휙휙 하는 편이기 때문에 졸지 않아도 된다.
천안문 광장
천안문 광장은 뉴스에서 보통 마오쩌둥 전 주석의 사진이 걸린 문만 보도하기에 그것 자체가 천안문 광장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건 전체 광장의 10%도 안된다. 생각한 것보다 대단히, 정말 무지막지하게 넓은 광장이다.
생각보다 가까이서 보면 규모가 크고, 깔끔하게 관리 잘되고 있고,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다. 저렇게 보니 좀 무섭네
크기가 가늠이 안 갈 수도 있는데, 정말 넓다. 더 대단한 수식어를 찾아야 할 것 같은데 아쉽다. 광장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던 게 스페인의 마드리드 솔 광장이었는데 그때도 "이게 광장이구나", 사람들이 이렇게 모일 수 있는 넓고 랜드마크스러운 공간이구나 싶었다. 근데 여길 와보고 그 생각이 바뀌었다. 광장은 사람들이 운집할 수 있는 거대한 공간이다. 내 생에 이런 개활지는 처음이다. 물론 나중에 몽골을 가보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겠다.
건물들도 꽤 많았다. 뭔가 중국 국기 많고 해서 찾아보니까 중국 국립 박물관 같은 건물이었다. 여기도 현관 기둥이 무슨 신전같이 길다.
파란 하늘이랑 너무 잘 어울린다. 이 나라의 분위기는 서늘하고 차가웠는데, 천안문은 그 분위기의 최고봉이다. 마침 간 날이 하늘이 파랗다 못해 퍼런 날이어서 그런지 분위기가 좋았다.
유독 공안들도 많았는데, 광장을 가로질러 가는 한 무리의 군인인지 경찰인지 모르겠는 사람들이 가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제식은 개판이었다.
그렇게 광장을 다 둘러보고 나면 이제 천안문을 지날 수 있게 된다. 천안문의 입구 또한 공안들이 지키고 있다. 딱히 뭘 검사하거나 하진 않고 가까이서 저 초상화를 보고 지나가면 된다.
이 문을 지나면 아래와 같은 모습을 볼 수 있다. 날이 참 좋아서 풍경이 예뻤다.
천안문은 자금성과 이어져 있어서 가는 길에 따로 예약한 티켓으로 자금성까지 한 번에 감상 가능하다. 꽤 걸어야 하지만 이 길이 너무 예뻐서 날이 좋다면 최고의 산책 코스다.
최근 봤던 드라마 중에 삼체라는 넷플릭스 시리즈가 있다. 천안문 광장에서 지식인들을 탄압하고 숙청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이 장소다. 지금은 너무나도 평화로워 보이고 뜻깊은 문화유산이지만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여느 역사적 명소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무서운 건 이 역사를 모르고 그냥 별생각 없이 놀러 온 중국인들도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타국의 역사지만 잘 알고 있는 옆나라 관관객 입장에서는 여행에 있어 새 지평을 열게 해 준 귀한 장소였기에 아주 흡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