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분기 회고

이번 분기가 최고야!

여러의미로 참으로 뜨거웠던 2024년 3분기가 무사히 지나갔다.

지난 회고를 다시 읽어보니 철저히 데이터 위주로 회고를 하겠다고 나와있었는데, 아무래도 나는 이 방법이랑 어울리지 않나보다. 데이터를 모을 의지도 동기부여도 없었거니와, 현생이 와다다다 지나가다보니 딱히 어떤 데이터를 모아서 써먹어야겠다 싶은 것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회고도 늘 그래왔듯, 분기에 있었던 굵직한 사건들 위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사

이번 분기의 가장 큰 이벤트는 단연 이사다.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 경기도권으로 내려가서 아파트에서 차 끌고다닐 나이지만 아직 서울에서 해보고싶은 것도 많고 직주근접이 너무나도 중요해서 적당히 타협한 이곳으로 왔다. 그 전에는 정말 숨막히게 조그만 공간에 살고 있었던 나에게는 2배가 넘는 생활공간이 생겼다.

쾌적함과 여유로움을 느끼며 매일 감사하고 있다. 물론 단점도 있지만, 슬기롭게 극복해내고 있어서 이 집에서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아직 정리가 완벽히 끝나지 않았지만, 그건 아마도 내 욕심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공간에 맞는 새로운 물건들로 채우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래서 물건이나 가구를 사놓고도 배치나 정리를 못하는 경우도 있다.

늦어도 다음달 까지는 온전히 정리될 것 같다. 겨울 가전이나 물품도 있을테니까 월동준비 단단히 해두고, 겨울엔 지인들을 초대해서 놀아보고 싶다.

수습해제

지난 회고에서 이직 소식을 말한 적 있고, 더 나아가 3개월동안 show & prove해야한다는 말을 했었다.

지난 회고

그 마음가짐으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보여주고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열심히 기여한 결과 수습해제를 통보받을 수 있었다. 개인적인 부분보다는 팀원들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람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나도 이 팀에서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는지의 측면에서 팀원들에게 기대했던 부분들도 있었다. 우리팀원들이 의심할 여지 없이 최고의 팀원들이었던 점이 내가 적응하고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었던 점에 있어 초석이 되지 않았나 감사하게 된다.

일단 통과했다는 사실 자체는 정말 다행이다. 그렇다고 내가 다니는 내내 조급해서 몸을 갈아넣었다거나 잘 못하는데 잘하는 척을 했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내 처우와 처사에 대한 리더십 내 논의는 이루어졌고 결과 확인 도장을 받았다는 사실은 기쁜 일이니까.

이제는 정식 팀원이 되어, 팀에 더 많은 것을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아졌다. 내가 맡은 제품에 강한 오너십을 가지고 팀에 강한 인게이지먼트를 느끼고 있다. 다만 작은 스타트업에서처럼 역동적으로 드라이빙할 순 없다는 사실을 예진작 깨닿고, 점진적으로 발전시켜나가볼 생각이다.

여행

추석을 마치고 코타키나발루에 다녀왔다. 마침 수습해제된 지 2주쯤 되는 시기였고, 긴 연휴도 겹치고, 3달동안 쏟아부었던 아이폰 사전예약 프로젝트도 성황리에 종료되어 최고의 타이밍이 아니었나 싶다. 그동안 연차도 하나도 안쓰고 달렸던 터라 모아놓은 연차 중 2개를 쾌척했다.

코타기나발루 선셋

코타기나발루 바다

이번 여행은 생에 처음으로 친구들과 함께 가보는 해외여행이다. 나이 30이 넘도록 친구들이랑 해외여행 한번도 못가봤냐고 뭐라할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국내여행은 꽤 다녔다. 친구도 별로 없거니와 여행을 같이 다닐만한 친구들은 더 없긴 하니까. 그리고 해외여행은 보통 신경쓸게 많아서 혼자 다녔다. 항공권, 숙소, 식사, 관광 등 어느하나 틀어지면 같이 다니기 힘든게 해외여행이라 더더욱 그랬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여행은 너무나도 재밌었다. 생에 처음으로 스노쿨링이라는 것을 하고, 발이 닿지 않는 바다에서 바다속을 들여다보며 1시간을 유영했다. 오리발을 신으니 수영을 할 줄 모르는 나에게도 이런 기회가 주어졌다. 내 친구들은 수영을 곧잘 하는 녀석들이라 구명조끼를 벗고 바다 밑을 훝고 다니던데, 아쉽게도 그건 할 수 없었다. 지난번 치앙마이에서 영어를 배우고 싶은 동기부여를 얻어온 것처럼 이곳에서는 수영을 배워야겠다는 동기부여를 강하게 얻고 왔다.

결국 쉼이 필요했던 적절한 시기에 쉬기 알맞은 곳에 오래지 않았지만 정말 가까운 친구들과 재밌게 놀고 왔다. 요즘 이것저것에서 늦바람 들어서 큰일이다.

코타기나발루 나

소비

소비 측면에서 큰 걱정을 했던 3분기는 이 정도면 잘 방어한게 아닌가 싶다. 이사 때문에 7,8월에 평소 쓰던거에 한 1.5배는 쓴 것 같은데 안쓸 수도 없는 돈이고 오래 살 집에 투자하지 않는게 되이려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일단 필터없이 구매버튼을 누르는데 큰 후회는 없었던 것 같다. 괜히 7월에 너무 많이 쓴 것 같아 8월로 미뤄 산 물품도 좀 있다.

물론 다시 9월로 넘어와서는 정상화되었다. 사람 씀씀이 어디 안간다. 평소 쓰던 습관이 돌아와서 월세와 관리비가 거의 2배 가까이 올랐음에도 총 생활비는 이전 집에 적당히 맞춰지는 분위기다. 그래도 이제 월 100만원으로 살기 같이 극단적인 절약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이제 최소 생계비가 100정도 되는지라 극단적으로 살진 않을거다.

수입

월급을 제외하면 추가적인 수입은 멘토링비 정도 뿐이다. 이전과 달라진 점은 없고, 다음 분기부터는 멘토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 돈을 커버할 적당한 외부수입을 찾아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역시 소비를 줄이는 방법보다 더 좋은건 수입을 늘리는 것이니까.

근데 아직 별 생각 없다. 지독하게 바보같이 시도해야할 시기에 돈에 연연하다보면 안좋은 습관만 생길 것 같아 너무 수입에 목매진 않을 생각이고, 최대한 내 지식을 활용한 활동을 해보자. 연말에 준비하는게 하나 있는데 이거 PoC를 진행해보고 생각해봐야겠다.

투자

놀랍다. 이번에도 수익을 냈다. 이번엔 친구 말을 들었다기보다 내 예상보다 떨어지면 사고 과하다 싶을때 팔았다. 이전 분기 수익 만큼 나온 것 같다. 올해 주식으로 그래도 한달에 50~100씩은 벌어서 부수입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근데 다음 분기는 잘 모르겠다. 있던 주식은 다 팔았고 새로운 주식에 입문하기엔 여유가 없긴 하다. 친구가 나보고 너는 주식보다는 펀드가 어울린다고 하던데, 나도 좀 동감하기도 하고 주식에 일희일비하는 나같은 사람은 그냥 펀드 묵혀놓거나 배당주 세팅해서 먹고사는게 맞다고 한다. 지금은 CMA에 틀어박혀있는 내 현금들 어떻게 써먹을지 고민을 좀 해봐야겠다.

멘토링

멘토링이 끝났다. 이번이 2회차였고 작년 12월부터 시작해서 연속으로 9개월을 진행했는데 멘토링 코스 자체가 없어지게 되면서 나도 멘토 생활을 청산하게 되었다. 우연한 계기로 시작하게 되어 좋은 경험을 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물론 내 멘티들이 좋은곳에 취직하고 개발자로서 교류할 수 있게 된다면 더할나위없이 좋겠지만 요즘 시장이 시장인 만큼 그렇진 못한 것 같다.

그래도 내가 아는 지식은 물론 마음가짐이나 소프트스킬 등을 전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적은 사람들 앞이었지만 작은 세션도 열어서 내가 알고 경험한 것들을 나눌 수 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이 경험을 기반으로 다른 곳에서도 멘토링이나 강의를 해보고 싶다.

결과가 좋던 안좋던, 나는 굉장한 경험을 했고 이 경험을 기반으로 다른 곳에서 더 잘할 수 있다. 내가 조금 더 유명해진다면 내가 멘토링 프로그램을 열 수도 있고, P2P로도 봉사 개념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블로그 마이그레이션

올해 목표였는데, 미루다 미루다 6월 쯤부터 프로젝트를 파서 진행하게 되었고 생각보다 조금 늦어졌지만 8월 초중순 쯤에 기존의 brunch와 개인 기술블로그를 하나의 웹사이트로 합쳐 블로그 마이그레이션을 진행했다.

블로그

글들이 흩어져 있어 트래픽이 분산되는 것도 별로였고 이 글들이 시너지를 얻어 나중에 개인 브랜딩에 큰 힘이 되줄 것 같아 합치게 되었다. 결국 블로그는 하나의 장치고 내가 하고싶은 것들을 하는데 이 사이트가 초석이 되어줄 것이라 생각한다. 가령 올해 말에 진행할 프로젝트인 연말정산 사이트도 이 홈페이지에 붙혀볼까 생각하는 중이다.

뭐 아직 완성된건 아니고, 계속 기능추가하고 개선하는 중이긴 하지만 첫 삽을 떳다는게 어딘가.

링크드인

최근 놀라운 경험을 했다. 불과 1주일전에 여행가는 비행기에서 올린 글 하나가 내 기준으로 대단한 바이럴이 된 것 같다. 478명의 좋아요를 받았다. 그 전 글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처음으로 100개의 리액션을 넘겨본 글이다.

링크드인

개발자분들에 국한된 글을 쓸 수 밖에 없는 내 입장에서 정말 가치있는 경험이아닌가 싶다. 나같은 사람은 아무리 인스타나 페이스북으로 나를 널리 알려도 씨알도 안먹히는데, 링크드인에서는 한줄기 빛을 본 것같다. 개발 관련된 컨텐츠는 물론이고 독서와 관련된 컨텐츠나 커뮤니케이션, 회사생활 등을 다루는 컨텐츠를 정기적으로 발행해서 링크드인 관리를 좀 해야겠다 싶었다.

마치며

이제 3분기가 끝났다. 진짜 2024년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줄은 몰랐는데 그만큼 전속력으로 달려서 그런게 아닌지 싶다. 총평하자면, 생각보다 괜찮았다. 기대한 만큼의 결과가 나와준 여러 항목들이 꽤 있었다. 물론 기대에 못미치는 부분도 있었다. 후회없이 살았냐고 묻는다면 뜨뜨미지근하게 네! 라고 대답할 것 같다.

위에 언급했던 소제목들이 이번 3개월에 발생한 것들이라니 참으로 행복하지 않을 수 없다. 모두 나에게 좋은 양분이 되어줘서 고맙다. 이를 기반으로 더 좋은 경험으로 다음 분기를, 내년을 채우고 준비할것이다. 보통 눈앞에 놓인 것들에 압도되지 않고 흥분할 수 있다면 좋겠다 많이 생각했는데 지금이 딱 그런 감정이다. 두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