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개발자의 이직Log

대다수의 다른 직업들과 달리 개발자는 더더욱이 가슴속에 사직서와 이력서를 품고 다녀야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급여나 복지, 사람들 때문에 이직을 고민하지만 개발자들은 이 조건들 이외에도 개발문화나 동료 개발자들의 실력 등 개발자로서 성장하기 위한 동력을 제공해주는 회사를 찾아 항상 떠납니다.

물론 아닌 사람도 있어요. 여느 대기업 직원들처럼 한 회사에서 깊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서비스를 추구하는 사람들도 꽤나 있거든요. 개발자로서의 성장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고요. 하지만 적어도 제가 아는 개발자들은 항상 위와 같은 이유로 이직을 염두해두고 많은 포지션을 열어둔답니다.

저도 비슷한 이유로 이직을 시도했습니다. 사실 2달전인 2021년 12월에 스페인 여행을 다녀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퇴사를 하고 다음 회사를 찾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보다 이전 회사의 경영방식과 개발문화가 맞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관두고 리프레시 휴가를 갖은 뒤 다음 회사를 찾게된 것 같습니다.


당시의 상황

나 준비는 된건가?

불과 한 달 전이라지만 이직을 시도했던 시기를 생각하면 정말 부족했다고 느꼈습니다. 여행 전에 이력서 정비를 한다고 했는데 주변 피드백을 들어보니 그렇게 잘 해놓은 것 같지도 않고, 참여한 프로젝트는 약간 어중간한 수준에 멈춰있었습니다. 또한 앱, 더 나아가 제가 주로 했던 업무인 하이브리드 앱 개발 일은 한계를 맞이하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웹으로 전향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지원하는 직군인 Web FrontEnd 직군에 대한 경험은 실무경험은 없고 프로젝트 수준이었습니다. 다행히 React라는 프레임워크가 그 사이를 허물어주긴 했지만 만약 다른 프레임워크나 네이티브 개발을 했다면 아마 모든 서류에서 낙방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뭐가 하고싶니?

일단 저는 React Native라는 프레임워크를 활용한 하이브리드 앱 개발자입니다. 중간에 BackEnd(이하 BE)업무도 몇개월 했지만 주로 앱개발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이 하이브리드 앱이란게 네이티브 앱보다 할 수 있는 일이 적습니다. 그래서 스타트업 단에서는 많이 쓰이지만 대기업에선 거의 사용하지 않죠. 그만큼 한계가 있다는 뜻입니다. 또한 앱 시장이라는게 앱 설치라는 허들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FE를 하게되면 웹으로 넘어가야겠다 생각했어요.

백엔드 개발 또한 해보고 싶었습니다. 제 분명한 목표 중 하나는 FrontEnd, BackEnd, DevOps를 두루 잘 하는 FullStack 개발자가 되어 나중에 리드급이나 CTO급으로 성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욕심을 가지고 BE또한 포지션을 열어두었습니다.

하지만 만약에 BE로 지원한다면 거의 없다시피 한 BE경력을 없는 셈 치고 쌩신입으로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렇게 BE로 경력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다시 FE로 넘어오는 순간 경력이 꼬여버리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해야 했습니다.

결론은 현실적으로 경력을 이어나가야 하기 때문에 BE는 따로 공부하고 FE를 하기로 했습니다. 최대한 하던 일을 하고, 웹 개발도 손댈 수 있는 곳으로 가기로 마음먹고 비슷한 기술스택을 가진 회사들을 물색했습니다.


회사 찾아보기

기준

준비가 완벽하진 않았지만 일단 회사부터 찾기로 했습니다. 명확한 기준부터 정했습니다.

좋은 개발문화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한 개발문화에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투자금이나 매출 등이 안정적이여서 다른 부분 신경쓰지 않고 개발만 하면 되는 회사.

연봉은 현재 받는 금액에서 20%정도 높여서 줄 수 있는 곳.

Owner Risk가 없는 곳. Board 포함!

4가지 조건 모두 기업 리뷰 사이트나 외부 기사 등, 개인적인 조사를 통해 알 수 있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특히 최종 입사하기로 결정한 회사에는 지인분이 다니고 계셔서 더 상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이직 플랫폼

이직 플랫폼은 원티드, 로켓펀치, 프로그래머스, 리멤버를 주로 이용했습니다. 이밖에도 자소설 닷컴이나 잡코리아 같은 사이트가 있지만 이런 사이트는 개발자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두 사이트 모두 공채를 진행할법한 규모의 기업들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회사들은 이미 거르고 시작했기 때문에 전혀 사용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1년 6개월이라는 어중간한 경력을 가지고 있지만 어쨋든 경력지원이 가능했습니다. 3년 이상을 뽑는 회사가 많았지만 계중에 1~2년 경력도 봐주시는 회사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말이 2년 3년이지 그만큼의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 이보다도 적은 경력을 가진 사람도 지원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직 플랫폼의 상태를 구직중으로 변경하고 모든 이직제안 또한 받아들였습니다. 감사하게도 제 이력서를 읽고 다양한 회사에서 제안을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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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티드(좌) / 로켓펀치 이직제안(우)


서류부터 면접까지

무수한 서류탈락의 향연

솔직히 몇개는 될 줄 알았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아! 거기?”하는 스타트업들을 거의 7~8군데는 지원한 것 같은데 다 부끄럽게도 다 탈락했습니다. 최소한 면접에서 떨어지면 내가 이 정도구나 싶어서 더 강해져서 돌아오겠다 의지라도 다졌을텐데 그 정도도 아니라는 사실이 정말 충격이었고 자존감이 바닥을 뚫고 내려갔습니다.

http://t1.daumcdn.net/brunch/service/user/aVyy/image/MmOZvO9eQBRSObLgT-HeX8OZrsE.png 흑흑 난 쓰레기야..

너무 만만히 본 것 같습니다. 조금만 검색해봐도 잘 만든 이력서도 많고, 이력서 내용도 알차게 잘 쓴 자료들이 많았는데, 그런 자료들은 참고만 하고 내 맘대로 작성했더니 이 사단이 난 것 같아요. 다음 이직을 시도할 땐 서류에 공을 많이 들여야겠다 생각했습니다.

http://t1.daumcdn.net/brunch/service/user/aVyy/image/Iuq3cI2L7ulYLVB1P_wbcC5nJPA.jpeg 그때의 내 심정..


코딩 테스트와 기술 면접

하지만 모두 떨어진건 아니었습니다. 원래 하던 일인 React Native 개발자를 뽑는 기업에서는 제안도 많이 받고 지원했을 때 대부분 붙었습니다. 이 회사들 중 가서 웹 관련 업무 또한 같이 할 수 있는 회사 위주로 면접을 진행했습니다. 어드민 페이지같이 회사 내부 및 클라이언트 관리 페이지를 만드는 회사들이 꽤 있고, 이런 회사들은 대부분 같은 분류인 React를 쓰니까요.

어찌저찌 약속을 잡아서 코딩테스트나 과제테스트, 기술면접 등을 치뤘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분 나빴던 점도 많았고, 면접 그 자체로도 성장을 하게 해준 경험을 주신 분들도 있었으며 형식적으로 진행되었던 곳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모 회사의 경우 제가 이직 플랫폼에 올려둔 이력서를 조회 후 면접을 제의해놓고 막상 수락하고 나니 다시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한 뒤 탈락시켰습니다. 어떤 회사는 지원을 하니 칼같이 불합격을 줘놓고 다른 플랫폼에서 이직제안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어떤 헤드헌터는 이름도 안바꾸고 제안서를 보내기도 했어요. 이런 경험들이 쌓이다보니 기분이 썩 유쾌하지 못했습니다.

반면 인사담당자부터 면접관들까지 매너와 여유를 겸비하고 응대부터 깊은 기술면접까지 항시 감동을 주셨던 고마운 회사들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한 곳은 합격을 했지만 다른 회사에 가기로 해 더이상의 채용 프로세스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말씀드렸더니 아쉬워 하시면서 인재풀에 등록해주셨습니다. 과제 검토부터 2시간에 가까운 기술면접까지 시간과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 같아 죄송했지만 끝까지 찝찝하지 않게 대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2차 면접

보통 1차 면접을 마치고 합격 통보를 받으면 2차 면접은 간단한 티타임과 처우협상에 관한 내용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임합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합격의 당락이 결정지어지는 중요한 자리가 아니라는 뜻이지, 분명 구직자의 입장에서 회사를 선택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의 경우엔 오너리스크를 회사를 고르는 기준 중 하나로 넣어놨기 대문에 전략/기획을 담당하는 대표와 보드진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기에 2차면접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물론 당연히 무례한 질문들을 해서 자충수를 두진 않았지만 선을 지켜서 회사의 성장성이나 사업의 확장성, 직원을 생각하는 마음이나 투자금의 재투자처 등을 물어봅니다. 이런 질문들을 물어봐서 가산점을 받을지 모르겠지만 회사를 선택하는 개인의 입장에서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의 사업모델

BM(Business Model)이라고 하죠. 회사가 돈을 버는 방식입니다. BM은 서비스를 사용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자체로 도덕적이지 않거나 노골적인 서비스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문제는 1년 뒤, 5년 뒤에 뭘로 돈을 벌고 있을지입니다. 사업의 확장성이나 연결성 등에 대한 생각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꼭 대표님에게 들어야 할 대답입니다.

도덕성이 없거나 사업가 기질이 없는 대표님의 경우 경쟁사의 등장이나 소비자 만족도의 하락, 관심의 전환 등에 대응하지 못하고 악수를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맥락없는 확장으르 할 수도 있고, 말도 안되는 피보팅을 하거나 서비스 이용료를 대폭 인상하는 등 직원들마저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지시를 받게 될 확률이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에 대응 할 수 있는 생각과 능력을 가진 대표 및 보드라면 오너리스크에 대한 걱정은 한시름 놓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통 투자금이 넘치거나 안정적인 매출을 내는 회사가 아닌 경우 직원들에 대한 투자가 없기 마련입니다. 당장 버는 돈도 없이 투자금만 까먹고 있는 상황에서 배부른 소리일 수 있는 것이지요. 이 의견에 대해선 이견이 없습니다. 뭐 능률이라느니 최소한의 복지라느니 하는 말은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가능성을 검증받아 라운드 투자를 많이 받았다던지 사용자를 많이 끌어모았다던지 안정적인 매출이 나오는 회사라면, 회사에 재투자된 이력 등을 물어봐야하고 그럴 마음이 진짜 있는지 확인해야합니다.

가령 6개월 전에 100억의 투자를 유치한 A회사의 면접을 갔는데 투자 유치 이후 바뀐 점이 뭐냐고 물었을 때 아무런 변화가 없거나 터무니없이 적은(간식 제공 정도)가 추가되었다면 그 회사의 직원들은 대표님의 나사못 정도의 지위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는 1차 면접 끝날때 쯤 대표님 자랑 한 번 해달라고 말합니다. CTO나 보드진에 대해서 똑같은 질문을 해보셔도 됩니다. 보통 말이 잘 안나올거에요. 아니면 방금 만들어낸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요. 이 질문은 대표님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유능한 사람인지를 보는게 아니에요. 그저 대답하는 사람의 태도나 표정 등에서 리더가 자기 사람들을 얼마나 챙기는지나 인간적인지 등을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죠.


이직 후기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이직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3곳의 회사에서 합격을 했고, 그 중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 회사의 오퍼레터에 회신을 한 상태입니다. 다행히 합격한 회사들이 1순위로 꼽았던 회사들이었고, 실제로 채용 프로세스를 임하면서 존중받는다는 느낌과 좋은 사람, 유능한 개발자를 뽑겠다는 의지가 보여서 좋았습니다. 나중에 이직을 시도할 때 한번 쯤 다시 지원해보고 싶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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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에 언급했다시피 개발자라는 직업은 매 순간 코딩테스트를 준비하고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이력서를 정비해야합니다. 이와 동시에 사직서 또한 언제든 낼 수 있을만큼 확고한 기준과 신념이 필요합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깊은 고민 없이 던진 사직서와 준비되지 않은 이력서로 무모한 도전을 해버린 점에 대해 반성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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