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회고 - 5. 올해 새롭게 하게 된 생각들
깊게는 안했습니다
올해 한 생각들을 노트에 적어뒀는데, 대방출한다.
나는 학창 시절은 물론 유년기부터 공부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어쩌면 그런 점들이 강박으로 다가와 나는 공부에 재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시간과 열정을 쏟았나 보다. 근데 살다 보니 그런 게 삶을 윤택하게 하는데 1등 가치는 아니었던 것 같다.
우선 스스로를 가꾸고 꾸미고 채우는 일들이 중요하다. 패션, 위생, 체취 등을 말한다. 이어서 커뮤니케이션이다. 상대방과의 대화를 통해 재미를 찾고 문제를 해결하고 감정을 교류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데, 이는 어느 정도 가이드 혹은 피드백이 필요하다. 스포츠나 음악, 춤 등을 한두 개는 연마해 두는 게 좋다.
지식만 좇는 삶은 옳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세상이 이렇게 넓은데, 그것만이 정답일 리가 없음에도 공부만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착한 어린이, 바른 청년이 되기 위해 낭비한 시간이 아깝다.
내 자산의 대부분은 현금 혹은 예금이다. 세금 때면 거의 1.3%인 파킹통장에 몇천만 원이 묵혀있고, 피 같은 5천만 원은 반전세에 묶여있다. 내가 긴가민가하며 보낸 2024년 동안 달러 환율은 100원이 올랐고, 엔비디아와 테슬라, 비트코인은 100%가 넘게 올랐다.
나는 시장이 과열되고 너무 많이 올라있다는 비관적인 시각으로 관망하고 있었지만 그 와중에도 자산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동전 뒤집듯 달라질 수 있었던 그 흐름에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가속도를 붙였다.
올해 코인을 처음으로 구매해 봤다. 100만 원도 안 되는 소액이지만 그래도 이름 있는 코인들을 구매해 봤는데, 시장 변동성이 주식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심했지만 이들만의 리그가 있다는 생각은 하게 되었고, 거의 20년이 지나가며 안정적인 화폐 시스템으로 평가받고 있으니 휴지쪼가리가 될 일도 없을 것이다.
올해 채권을 처음으로 구매해 봤다. 예전엔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못했는데 친구를 잘 둬서 쉽게 투자할 수 있었음. 등급 AA-짜리 회사채인데 10개월 만기에 5% 확정이자를 주는 안전한 상품이다. 내가 주식을 하면 마이너스 안 보면 다행인데 이건 예금이자보다 많이 주면서 노는 돈을 맡아두는 효과도 있다.
ISA 계좌에 처음으로 돈을 넣었다. 넣으면 빼지 못하지만 3년 뒤에 비과세 혜택을 다 받고 돈을 옮길 수 있다. 미리 할 걸.
계엄령이라는 빅엿을 맞아보고 나니 지난번 코로나 사태 때 자산가격의 변동을 다시금 떠오르게 했다. 언제나 안전자산을 들고 있어야 하고, 햇징을 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자산이나 지식의 측면에서)
달러나 엔화는 선을 그어두고 그 선을 넘어가면 계속 매수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선은 1300원 후반 대라고 생각했지만 보기 좋게 틀려서 지금은 1480원이 넘어갔다. 누군가는 1500원을 넘을 거라 하고, 국가는 1400원대 초반으로 컨트롤해 주겠다고 해서 힘들다. 달러를 매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달러로 살 수 있는 미국 주식에 투자를 할 수 없다는 게 제일 힘든 일. 확신이 있다면 나중에 환차손을 보더라도 진입하는 게 좋을 것 같다.
cursor ide를 6개월간 구독하고 느낀 건데, 정말 AI 안 쓰면 바보다. 구독 시스템 치고 비싼 가격인데 회사에서 내가 코드를 작성하는 시간을 거의 30%는 단축시켜 주는 것 같다. 더더욱 생각하는 시간이 많이 늘고, 검색하는 시간과 코드를 손으로 작성하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나는 개발 자니까 이런 종류의 AI에 흠뻑 매료된 거지, 디자이너나 기획자 그리고 영상편집자 등 다양한 직군에서 AI가 판을 치고 있다. 시장의 크기에 따라 AI가 침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중엔 정말 세세한 영역에서도 AI의 역량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Llamma 같은 모델을 풀어줬는데, 지금 관심 가졌을 때 MLOps나 Tunning 같은 AI 개발을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거품이다, 고점이라는 평가도 지배적이다. 사실 이미 맛본 자로서 믿진 않는다. 다만 예전 골드러시 때 미국의 금광에서 한몫 노리고 달려든 사람들은 돈을 벌지 못하고 되이려 금광 옆에서 샌드위치를 팔던 사람들이나 청바지를 만들어 팔던 사람들이 돈을 벌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지금의 AI도 비슷한 꼴이라는 점이다. AI에 필요한 전력 시스템, GPU나 대규모 메모리 처리 등의 기술과 제품을 가진 엔비디아나 TSMC, 하이닉스 같은 회사들만 노낫지 정말 AI로 시장을 먹어버린 기업은 몇 되지 않는다.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 초기 스타트업의 형태로 AI제품을 찍어내는 회사들도 향후 몇 년간 지속될지 모르는 일이니까.
다만 AI Agent라는 새로운 개념을 배웠고, 양질의 전환이 발생한다면 마치 우리 세상에 스마트폰이 보급되었을 때와 비슷한 메가임팩트일 것이다.
이번 이직을 하며 느낀 건데, 나는 조급함에 노예였다. 생각해 보면 예전에 돈 때문에 생긴 안 좋은 마음가짐인 것 같다. 나는 돈이 없어서 엄청 아껴 쓰고 예비비의 예비비까지 벌어서 쟁여두던 사람이라 눈앞에 조급하지 않은 문제가 있어도 조급한 것으로 인식하고 그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고자 어떤 액션을 했다. 이게 좋은 점도 있지만 분명히 단점도 존재한다. 그 당시에 할 수 있는 것을 못했고, 과감하게 어떤 도전을 하는 것에 있어 사이드이펙트부터 따지고 드는 버릇이 생겼기 때문이다. 지금은 충분히 여유로운데도 도전을 하지 못하고 당장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단경로만 찾고 있다.
이직 때 솔직히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내가 당장 돈이나 시간이 없거나, 먹여 살릴 식솔이 있는 것도 아닌데. 노력을 안 한 것도 아닌데 괜스레 조바심이 나서 왜 안되지 하고 자책하며 몇 개월을 보냈다.
이직의 후반부에서야 깨달았는데, 내가 할 만큼 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생각한다면 그때부턴 내 손 밖의 요소들이 결정해 줄 차래인 거지 조바심에 벌벌 떨며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지금 이 순간을 망칠 필요는 없다.
이게 뭐 이직 성공해서 회사 잘 다니고 있는 사람의 입밖에서 나온 말이라 신빙성이 없다고 느낄 수 있는데, 나는 정말 이직 마지막 페이즈에 이런 마음가짐을 느끼고 며칠 뒤에 합격 문자를 받았기 때문에 맹신하는 것일 수도 있다.
올해의 절반 이상을 멘토링에 쏟았는데, 생각보다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었다. 돈을 받긴 하지만 솔직히 내가 기여하는 시간에 비하면 턱없이 적으니 논외로 치면 내가 이 일을 했던 것은 순전히 선한 영향력을 위함이었다.
자본주의의 관점에서는 손해지만, 나는 이 일을 꽤나 즐겼던 것 같다. 누군가를 가르치고 옳은 길로 인도하는 일. 그리고 그 사람들이 좋은 결과를 내거나 깨달음을 얻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기쁨을 얻었다.
올해 국제선을 4번 탔다 치앙마이, 일본, 코타키나발루, 중국
이직 기간이 있었던 시간 측면에서 많이 쓸 수 있었다. 이렇게 몇 번 나가면서 바깥세상의 여유를 느끼다 보니 예전에 돈이라는 우물이 막고 있던 세상을, 커리어의 측면에서 여유가 없어서 잃었던 기회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아무래도 나는 여행과 잘 맞는 것 같다. 휴가 모아서 또 여행 가야지. 조바심 덕분에 멀리는 못 나갔는데 이렇게 시간이 많이 주어지는 시기에 나가지 못하면 영영 기회가 없으니 다음 기회엔 꼭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