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회고 - 4. 커리어에 대한 고민

프론트엔드 개발이 죽어간다

올해 들었던 가장 충격적인 생각은 내 커리어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해보고 느꼈다. 마치 웹 프론트엔드 개발자들이 퍼블리싱 업무를 겸하게 되어 웹 퍼블리셔가 사장된 직업이 되었듯 웹 프론트엔드 개발도 다른 직군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업무가 되어가는 느낌이 든다. 예를 들어 백엔드 개발자나 웹 디자이너 말이다.

하지만 AI 탓을 하기엔 반대도 적용가능하다. 나도 백엔드나 디자인을 하기 편한 시대에 살고있다는 뜻이다. 전문적인 수준은 아니겠지만 이것저것 시도하기에 절대 어려운 시대가 아니다. 결국 중요한 점은, 어떤 섹터가 더 진입장벽과 고점이 높느냐의 싸움이다. 단연컨데 프론트엔드는 다른 개발직군에 비해 진입장벽과 고점이 낮은 편이다.

IT 서비스 개발조직에서는 모두가 동등할까? 아니다 내 생각엔, 주니어 시니어 C레벨 다르다. 프론트 백 인프라 모바일 다르다. 그 중 나는 프론트엔드 개발이 가장 낮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비판이 있을 줄 안다. 그런건 그냥 API로 데이터 받아서 뿌려주기만 하는 피쳐개발만 담당하는 부류의 개발자 아니냐고. 뭐 틀린 말은 아니다. 이외에도 생각보다 우리 직종이 할 일이 많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안전하고 성능좋은 웹문서를 빠르게 개발해서 서빙할 수 있는 개발자는 몇 안된다. 하지만 아무리 그러한 종류의 개발을 쉽고 빠르게 한다고 해도 그것이 성과 로 이어지기는 힘들다. 비즈니스 로직과 도메인 지식과 큰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정도 그러한 인식이 업계 전반에 깔려있다. 프론트 개발자는 제품을 총괄할 시니어급이 아니면 대체할 수 있다.

예전과 같이 개발의 허들이 높지 않고, 도메인 지식과 크게 엮여있는 백엔드나 인프라 개발자보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는 의존성이 낮다. 사용자 경험이나 성능, SEO 등 프론트엔드 개발자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긴 하지만 솔직히 어떤 도메인이든 비슷한 퍼포먼스를 낼 수 있고 점점 AI에 의해 대체되어도 무방한 일들이다.

장교들의 진급의 비밀에 대해 아는가? 장교들에게는 병과와 직능이라는게 있다. 가령 장교 A는 병과로 보병을 택하고 직능을 작전을 선택할 수 있다. 장교 B는 병과로 포병을 정하고 인사 직능을 가질 수 있다. 작전 직능 보병 장교는 조직 내에서 중요와 기여도가 가장 높다. 그만큼 일이 힘들고 책임이 중하다. 그래서 잘만 하면 최고 계급(4스타)까지 갈 수 있다. 반면 같은 퍼포먼스를 내는 인사직능 보병장교는 잘해봐야 1스타다.

프론트엔드 출신 CTO가 드문 이유도 이와 마찬가지다. 아무리 뛰어난 개발자라고 하더라도 국가 단위의 풀에서 올라갈 수 있는 상한선은 정해져있다. 치기어린 마음에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왜 없는지 이해가 슬슬 간다.

너무 고민이 많다. 프론트엔드 하나만 가지고는 금방 도태될 것 같다. 시장이 그렇고, 기술이 그렇다. 우리가 워낙 허들이 낮아서 개발자들이 쉽게 선택하기로 유명한 프론트엔드인데, 나날이 그 허들이 더 낮아지고 있다. 다행히 프론트엔드의 기술 발전 방향이 백엔드/인프라까지 다루는 풀스택으로 나아가고 있기에 그 방향으로 더욱 정진하는 방법이 있겠다. 공부할건 많아지겠지만 오롯이 혼자서 모든걸 다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에 굶어죽진 않을 것 같다(인터넷만 살아있다면)

아니면 친누나가 하는 ICT 국제개발협력(ODA)이나 교육 업계, 다른 CS 대학원 진학 등 다양한 피보팅 및 진로 탐색 기회가 있다. 다만 그 의사결정 기회가 내 나이를 고려하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뭐 어쩌겠나. 지금 하는 일을 충실히 하며 어떤 곳으로 피보팅할지 어떤 것을 융합할지 끊임없이 탐구하고 시도하는 것 뿐이다. 나도 내 앞에 놓인 3년, 5년이 무섭다. 내 확신이 틀렸다면 운이 좋은 것이겠지만 이 확신을 핑계삼아 다른 재밌는 일을 하게 된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행운이니 앞으로 다가올 기회를 붙잡을 수 있게 준비가 필요하다. 올해는 그 준비를 해야 할 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