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회고 - 2. 나알기

솔직하게 객관화하기

"나는 이런 사람이야" 라고 세뇌하는 삶의 태도는 본질이 변하지 않는 이상 껍데기에 불과하다. 나도 이런 아집이 있었는데 올해 많이 내려놓았다. 몇몇 관점에 대해 그간 나는 가면을 쓰고 살았다. 경험이 부족해서 어느 정도 가정했던 점도 있었고, 동경하던 삶이어서 우겼던 점도 있었는데 그런 사실을 인지하고 직접 느끼다 보니 이젠 놔줘야 하는 첫사랑처럼 떠나보낼 때가 되었나 보다.

2024년은 나를 많이 알게 된 해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바라보는 경험을 하게 됨으로써 다음에 얻게 될 새로운 관점을 맞이할 때 더욱 객관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독서를 좋아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나는 독서를 즐기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까지 책을 자주 읽고, 독서모임도 꾸준히 했으며 책에서 지식을 탐독하는 것 자체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생각해 보니 반만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올해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집에 책이 있어도 시간을 정해두지 않으면 딱히 읽진 않았다. 최근에 TV를 새로 샀는데 책과 TV 중 후자를 더 자주 선택했던 것 같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사실은 마음속 양심처럼 구석에 박혀있는 반면 휴대폰과 TV가 마음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었다.

다독을 하는 줄 알았던 나는 사실 편독을 한다. 당장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이 아니면 굳이 읽지 않는 것 같다. 엄청 나쁜 습관은 아니지만 좋은 습관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그리고 내 이상향과는 멀기 때문에 고치고 싶은 습관이다.

독서한 내용이 금방 휘발된다. 솔직히 여러 책들에서 다양한 지식을 얻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글을 쓸 때나 대화를 할 때 읽었던 책에서 발췌한 내용을 인용할 때가 많았기 때문에 나는 책에서 얻은 많은 지식을 기억하고 활용할 줄 안다고 여겼다. 그런데 최근에 3번이나 읽은 책을 다시 읽어보는데 이해하기 힘든 말들이 너무 많이 나와 충격이었다. 독서록까지 썼던 책들도 이 지경이라면 지금껏 읽은 책들이 다 비슷한 수준으로 이해되고 활용되었다고 가정할 수 있어서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시간낭비는 하면 안 되니까.

다만 굳게 확인할 수 있었던 점도 있다. 나는 서점에서 책을 구경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신간을 확인하고, 매대가 아닌 벽에 진열되어 있는 책도 살펴본다. 괜찮은 책이 있다면 사진을 찍고 온라인 서점의 중고서점 판매가를 확인한 다음 장바구니에 담아둔다. 중고등학생 때부터 있었던 습관이라 그런지 이 부분은 장담할 수 있다. 이렇게 선택한 책들을 구매하고 소비하는 것은 다른 문제긴 하다.

항상 예산을 잡지만 그것보다 많이 쓴다. 예산 자체가 문제 있는 건 아니다. 고정지출과 변동지출을 적절히 나눠서 넣어뒀다. 변동지출은 지난 생활습관에 맞게 지속적으로 변경시키는데, 연애나 여행 같은 이벤트들이 끼어들면 문제가 발생한다. 여기에서 큰 문제는 지출에 허들 이 없다는 점이다. 월급이 들어오면 생활비 계좌와 투자계좌, 예적금 등에 적절히 분배하고 이 통장에 남은 돈만 써야 하는데 애초에 그런 과정 없이 예적금 통장은 남는 돈이 모이기도 하고 투자 중 현금화할 돈을 넣어두는 목적도 겸해서 입출금 계좌에 현금이 많이 모인다. 그래서 억제기 없는 소비가 지속되는 것 같다.

이직을 하고 이사를 하며 고정소비가 조금 늘어난 건 사실인데 이걸 감안하고라도 소비는 예측불가능하고 많은 게 사실이다. 6개월 동안 대충 얼마나 쓰고 얼마나 저축하는지 파악이 된 상태이니 내년 1월부터는 새롭게 예산을 작성하고 머니플로우를 정립해서 예산 내에서만 소비하는 습관을 가져야 할 것 같다.

나는 연애를 많이 안 해봐서 관록에서 나오는 인사이트가 부족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 상 연락이 너무 중요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근데 잦은 연락을 다소 좋아하지 않는다. 단기간에 집중적인 대화나 전화, 그리고 불안감이 해소될 만큼의 대화가 좋다. 하루 종일 보고하는 삶은 내 연애관과 맞지 않았다. 물론 상대방이 어디에서 뭘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은 필요하고 나도 요구할 것 같은데, 이를 빌미로 뜨뜻미지근하게 2~30분에 하나씩 카톡 하는 게 나에겐 잘 안 맞는다는 것을 느꼈다. 당연히 이건 상대방과 맞춰나가는 부분이기에 절대적인 시간이 정해진건 아니긴 하다.

내가 생각보다 상대방에게 잘해주지 못한다. 내 템포를 강요하지 않지만, 상대 템포에 100% 맞춰주지도 못한다. 적당히 섞여서 비슷한 템포로 삶을 살아가면 좋으련만 그게 생각보다 힘들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살아오며 맞춘 내 리듬인가. 아마 상대방도 비슷한 느낌일 거다. 정립되지도 않은 내 스타일을 강요할 순 없으니 되이려 상대방에게 더 많은 관심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만나는 절대적인 횟수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긴 하는데, 언제든 만날 수 있는지의 여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더더욱 장거리는 안 맞는다고 생각한다.

어렵다 어려워.

솔직히 내 일상을 주변 지인이나 친구들에게 말하면 왜 그렇게 열심히 사냐는 말을 매번 들을 정도로 나는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주변에 더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예전보다 시간을 느슨하게 관리하는 나를 보고 있자면 나는 게으르다. 해야 할 일을 미루고, 목표에서 멀어지는 생활습관임을 알면서 유지했다. 가령 올해 목표 중 하나였던 운동이나 외국어 등은 할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하지 않았다. 이는 다른 변명 필요 없이 내가 게으르고 간절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일이 바빴던 것도 아니고 누가 말리지도 않았으며 돈이 없던 것도 아니다.

이직을 하고 팀원들의 업무 사이클에 나를 맞추다 보니 내 라이프사이클이 12시간쯤 늦어진 것 같다. 팀원들이 멀리 사는 분들이라 대부분 10시 반11시쯤 출근해서 업무를 시작하시다 보니 나는 가까이 살지만 그 시간대로 출퇴근 사이클을 맞췄다. 기상시간과 취침시간 또한 밀리게 되었다. 회사에 종속되기보다는 내 라이프 사이클을 찾고 여기에 회사를 맞추는 식으로 변화가 필요하다 느꼈다.

30년을 넘게 이 몸과 함께하다보니 무엇인가를 바꾸려면 큰 결심과 각오가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연말만큼 적기가 없다. 버려야 하는것과 취해야 하는 것을 객관적으로 분류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을 해야한다. 이렇게 분석을 해놓았으면 제발 바꿀 수 있도록 실행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