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분기 회고
기대된다 남은 2025년
회고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 벌써 한 분기가 지났다는 이야기는 안 나온 적이 없는 것 같다. 시간은 속절없이 빠르게 흘러가는데 정작 내 캘린더엔 별다른 기록이 없어 대부분 뜨뜨미지근한 하루들로 채워진 게 아닌가 스스로를 의심하게 한다. 반대로 생각하면 별탈 없는 무난한 하루들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으니 어쩌면 괜찮을지 모른다. 결국 내가 삶을 평가하는 관점과 방식의 차이지, 흘러간 시간과 과거에 내가 했던 의사결정은 그때의 최선이었다.
늘 그래왔듯, 이번에도 한 분기만큼의 캘린더와 썼던 글들을 뒤져가며 특별한 이벤트들과 생각들을 정리해보려 한다.
이벤트
눈깜짝할 순간 만큼은 아니여도, 얼마 되지도 않는 시간인데 꽤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모든 일에 만족할 순 없겠지만 조금 더 관대하게 과거의 나를 바라보고, 반대로 명색에 회고인 만큼 객관적으로 평가해보려 한다.
팀 변경
팀 변경 소식은 12월 중순쯤에 들었다. 당시 마음이 많이 안 좋았던 기억이 난다. 아직 6개월밖에 함께하지 못했는데 벌써 헤어진다니, 심지어 팀 뿐만 아니라 내가 사랑하던 29cm라는 제품과의 이별이기도 했다. 회사 다니다 보면 의례 있는 일이지 뭘 그리 반응하냐 싶을 수도 있지만, 나한테는 약간 더 특별하게 다가왔나 보다.
다행히 새로운 팀에서 능력 좋고 선한 동료들을 만났다. 빠르고 단단하게 라포를 형성하기 위해 다 함께 노력했고 그 결과 지금은 서로 말이 잘 통하고 당장의 어려움에 대해 스스럼없이 소통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이는 보기보다 마주치기 어려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조직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여러 번의 온보딩 세션을 통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색다른 동기부여를 얻어 달려나갈 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
기술적으로는 새로운 제품을 설계부터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도 큰 이점으로 다가왔다. 이같은 경험은 보통 나 같은 저년차 개발자들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특히 새로운 아키텍처 설계는 운 좋게 내가 주도하게 되었는데, 팀원들의 생산성과 제품의 퀄리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여 이 내용을 공유하고 설득하며 설득당하는 시간들이었다. 사실 내가 만든 아키텍처가 적용되었다기보다는 정반합을 수차례 겪으며 더 나은 시스템을 도출해내는 과정을 경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연말 평가 결과
2024 연말 평가 결과를 받았다. 솔직히 첫해에 받은 성과치고는 만족스러웠다. 작년 여름에 이 회사에 처음 오면서 내가 세운 목표는 적응이었다. 이 조직에서 일하는 방식을 숙지하고 돈을 받고 일하는 프로로서 우리 팀과 조직, 제품과 시스템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나는 1차 목표는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오늘 팀원들이 주신 다면평과 결과를 읽는데 아무리 좋게 좋게 써주시는 결과물이라고 하더라도 정말 고마웠다.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한 시간이었다. 물론 항상 행복하고 평화로운 건 아니었다. 중요한 건 힘겹고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하더라도 항상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한 발짝 나아가는 사람들과 일하며 성과를 냈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올해가 참 기대된다. 새로운 팀에서 색다른 성과를 추구하려 한다. 아무리 평가와 보상이 성과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솔직히 작년보다는 더 높은 평가와 더 많은 보상을 받고 싶다. 건강하고 솔직한 동기부여를 통해 더 나은 성과를 낳는 선순환의 고리를 2025년에 시작하고 싶다.
지금 내 직책을 가진 상태에서 연봉을 10억으로 올려주면 당신은 어떤 일을 할 것 같은가? 매니저나 C레벨의 일을 하는 거 말고, 지금 내 직책 그대로 말이다. 독서모임에서 나온 발제문인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최근 조직 리더로 오신 분의 세션에서 그분이 프로젝트를 ~억짜리 프로젝트, ~백억짜리 프로젝트 이런 식으로 부르시는 걸 보고 인상 깊었다. 개발자들이 잊기 쉽지만 가장 중요한 지표는 역시 돈이다.
독서모임
독서모임을 다시 시작했다. 작년 봄에 모집했는데 모객이 잘 안되기도 했고, 5시즌째 하다 보니 조금 지쳐서 마무리짓고 한동안 하지 않았다. 그런데 트레바리 파트너 자격이 1년 동안 유지되는지라 몇 개월 뒤 자격이 상실되는 걸 알게 되어 나 대신 독서모임을 진행해주시되 관리만 해주는 모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인사이트풀한 생각들이 많이 오가고, 매월 금요일 퇴근하고 진행되는지라 지금까지 해왔던 모임들에 비해 생각을 나누는데 특화된 모임이다.
지금까지 했던 모임들과 다른 점들이 있어 적응 중이긴 하다. 사람들끼리 별로 친하지 않은 것 같다는 특징이 있고 내가 독서모임을 주도하지 않다 보니 많은 대화를 나누기 힘들다는 점도 아직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래도 항상 좋은 이야기들이 가득하고 대화할 수 있는 모임이 생겨서 좋다.
커피챗
이번 분기에는 커피챗을 4번 정도 했다. 1달에 1번씩은 한 셈이다. 최근 했던 커피챗 경험이 너무 안 좋아서 사실 그 이후 커피챗들도 안 하려고 했다. 근데 메일이나 링크드인으로 매너 있게 진실성 있게 요청해주시는 메시지에 죄송하다고 말하기 죄송해서 다 받았다. 다행히 그 이후 경험들은 좋았다. 다들 정말 성장하고 싶어 하지만 방법을 모르거나 동향을 몰라 난처하신 상황이었다. 나는 사람을 돕고, 그 사람들이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면 기뻐하는 사람이라 기꺼이 아는 걸 전부 말씀드리고 이후에도 추가로 요청해주시는 이력서 첨삭이나 면접 관련한 도움을 계속 드렸다.
이러한 커피챗과 재능기부 형태의 활동은 개인적인 만족뿐만 아니라 시장에 선순환을 일으킬 것이라 나는 굳게 믿는다. 가뜩이나 시장으로 발을 들이고 싶은 많은 젊은이들에게 큰 문제인 정보의 불균형이 해소되었으면 좋겠고 부디 악용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헬스장
드디어 헬스장에 등록했다. 사실 이사 오자마자는 집 정리하고 정신없어서 미뤄왔고, 좀 괜찮아지니 이번엔 추워서 계속 미뤄왔다. 근데 3월에 문득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길로 헬스를 등록했다. 요즘 헬스장 먹튀 사례가 너무 많아서 일단 6개월을 했다. 운동 앱을 깔고 거기서 추천하는 운동을 겨우겨우 해나가고 있다. 확실히 운동하고 온 날은 잠이 잘 오고 다음 날 근육통이 오는 게 기분이 좋다. 특히 운동한 부위가 미친 듯이 아플 때는 운동이 잘 먹었다는 생각에 너무 기분이 좋다.
2분기 회고 때에도 주 4회 운동을 지속하는 게 목표다. 내가 뒷심이 약해서 이렇게 의지좋게 시작하고 끝마무리를 못 지은 게 한두 개가 아니라 걱정되지만, 잘 안되고 있다고 생각할 때 지속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보완할 생각이다.
영어공부 (영어 책읽기)
사실 1분기 목표를 세울 때 운동보다 영어공부가 1순위였다. 올해 누나랑 매형이 있는 콜롬비아로 놀러 갈 생각인데 그 과정에서 영어를 많이 쓰게 될 것 같기도 하고 언젠가 외국에서 일하는 게 목표라 영어책 읽기나 영어 팟캐스트 듣기 같은 활동들을 하고 있는데 2~3월 되어서 거의 안 하고 있다. 하루이틀 안 하다 보니 못 지키게 된 것 같다. 크게 반성한다.
2분기에는 스픽을 결제해서 하려고 한다. 이것도 운동과 마찬가지로 시스템을 만들어서 만약 해야 되는 날 안 하면 기부를 한다든지 패널티를 부여해야겠다.
대외활동
감사하게도 내가 써왔던 글들이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 5년 넘게 글을 써왔는데 딱히 유의미한 제안은 들어온 적이 거의 없다. 그런데 이번 1분기에만 3개의 제안이 들어왔다. 그래서 2월엔 원티드에 커리어에 관한 글을 기고하게 되었고, 요즘IT라는 개발자 매거진에 글을 기고할 수 있는 작가가 되었다. 또한 4월부터는 여느 개발 부트캠프에서 멘토를 맡을 예정이다.
대외활동은 나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므로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해두려고 한다. 회사 업무에 영향을 줄 정도라면 당연히 고사하겠지만 조금 더 나아가 강의를 찍거나 책을 낼 수 있을 만큼 인지도와 실력을 키우는 게 최종 목표가 되지 않을까. 여튼 대외활동 측면에서 이번 분기는 만족스럽다. 항상 해보고 싶었던 것들이었는데 성과가 하나둘 나와주니 1차 만족이다.
일하는 방식
AI가 바꾸고 있는 세상은 실로 놀랍다. Vibe Coder가 되어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엄청난 생산성에 매료되어 어떻게하면 더 많은 것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즐겁다.
감사하게도 회사에서 Cursor를 사주셔서 500토큰에 허덕이던 인생에서 주당 200코인씩 탕진하고 있다. 그만큼의 생산성을 얻고 있으니 재무팀에서도 아무쪼록 이해해주시리라 믿는다.
가히 뉴 DDD(Ddalkak Driven Development)의 등장이 아닐 수 없다. figma MCP를 통해 퍼블리싱하고, Architecture와 Convention을 cursor rules에 입력하여 코드를 찍어낸다. 문서화나 git, CI까지 복붙 앤 딸깍으로 한다. 이제 개별 구현 능력보다 중요한건 문제를 정의하고 적절한 도구를 선택하여 시도한 다음 결과물을 판단하는 능력이다.
요즘은 n8n을 가지고 어떻게 회사의 비효율적인 워크플로우를 개선해볼까 이 고민 뿐이다. Jira나 Confluence, Git, Slack, Figma 등 어플리케이션을 연결하여 자동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MCP라는 개념도 놀랍다. 마치 HTTPS 같이 프로토콜이 새로 만들어진것이다. 마치 USB type C가 세상의 기기와 기기 간 연결을 담당하는 규칙이라면 MCP는 각 어플리케이션과 어플리케이션이 서로 연결되어 작동하는 규칙이다. AI가 바꾸고 있는 세상은 실로 놀랍다. 예전에 1년차때 퇴근 후와 주말에 그렇게나 공부를 했었는데, 요즘 다시 그러고 있다.
2분기에는 결과물을 내고 싶다. 지난주에 조직에서 AI로 업무효율화를 통해 엄청난 성과를 내고 사내 개발자 내에서 발표하신 내용을 보고 너무 멋있고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도 기여할게 많았는데, AI를 활용해 미친 퀀텀점프를 경험하고 싶다. 우리 팀과 내가 적격이다.
장난감을 만들지 말고, 조직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보자. 나는 돈을 받고 일하는 프로니까.
독서
이번 분기엔 독서를 꽤 많이 했다. 작년은 솔직히 많이 못 했다. 독서에 흥미가 싹 식기도 했지만 구직하느라 바쁘고 적응하느라 애를 많이 썼기 때문이라고 변명은 해두련다. 반발심리 때문일까 1분기 반짝 효과일까 모르겠지만 이번 분기엔 조금 더 동기부여가 크다. 정말 성장하고 싶고 멋진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이 이제껏보다 강하다. 책에서 얻은 지식들이 하나둘 실생활에 영향을 주고, 내 삶의 태도를 바꿔가는 경험을 하다 보니 정말 좋은 책을 찾아서 읽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번 분기에 읽은 책 중에 기억나는 책은 [일의 감각]과 [결정적 순간의 대화]다. 다독을 해도 기억에 남는 책은 몇 되지 않는다. 그리고 저 두 책에서도 기억할 만한 내용은 많지 않아 안타깝다. 내가 책을 잘못 읽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그 몇몇 내용은 내 삶을 효과적이고 건강하게 바꾸고 있다.
2분기에는 더 많은 책을 읽는 것은 물론이고, 내 컨텐츠로 만들어 동료와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바깥으로 계속 내보내는 활동을 하고 싶다.
글쓰기
글이야 계속 써왔지만 솔직히 시스템이 없으니 한계에 다다른 것처럼 보인다. 쓰기 싫으면 안 쓰고, 아니다 싶으면 접고. 개인 블로그에 발행했다가 브런치에 발행했다가. 링크드인에만 올렸다가. 너무 줏대 없이 내 소중한 컨텐츠를 대했던 것 같다. 1분기가 특히 심했다. 1분기에는 중국 여행기 하나 띡 쓰고, 2시간만에 완성한 자기개발서에 대한 관점을 담은 글은 링크드인에 올렸다가 묻혔다.
아직도 사람들이 찾아주는 글만 적을 생각은 추호도 없거니와 좋아요를 눌러주거나 심장 없는 댓글을 로봇마냥 달고 다닐 생각은 없다. 다만 글쓰기를 위해 나만의 시스템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2분기부터는 주간발행 시스템을 만들려고 한다.
돈
다행히 1분기에는 목표였던 매달 월급의 절반 이상을 저축은 잘 지키고 있다. 원래 많이 소비하지 않는 사람이라 그냥 쓰던대로 써도 돈은 잘 모이지만, 뇌에 브레이크가 없어서 딱히 계획적 소비를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올해부터는 소비에 있어서 경각심을 가지기 위해 버젯을 정해놓고 소비할 때마다 이를 지키기 위해 계속 상기했다. 그 결과 3달 연속 버젯을 넘기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병원비나 경조사비가 기습할 때가 있었지만 그만큼 다른 곳에서 줄여가며 지켜낼 수 있었다.
투자만 좀 잘 되면 좋으련만, 나스닥이 과열되었다는 생각에 작년에 팔았어야 할 주식들을 1월에 팔아버리는 과오를 저지르고, 악재에 비해 너무 많이 떨어졌다는 생각에 들어가서 엄청난 손실을 보고 느낀 게 나는 아직 유사침팬치 수준이구나 싶었다는 것. 양도소득세 아꼈다 생각하고 분을 삭히고 있는데, 언제 다시 들어갈까 매일 주식 앱 못 지우고 있는 게 한스럽다. 작년에 내 기준 꽤 잃었는데, 올해는 꽤 벌고싶단 말이지.
2분기에는
1분기의 과오를 객관적으로 평가해보자면, 게을러서 공부나 운동 및 자기개발을 하려고 했던 만큼 하지 못했다. A player가 되고 싶으면서 B, C player만큼만 했다. 안 했던 것보다 낫다고 평가하기엔 내 야망이 그것보다는 크니 나는 여기서 강한 시스템을 만들고 목표량을 채우는 작은 성공경험을 반복해야 한다.
첫 번째로, 독서 / 운동 / 영어공부 / 글쓰기 이 네 가지 분야에 대해 강제성이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주마다 평가하며 결과물을 낸다.
두 번째로, 현재 조직에서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 여기에서 강렬한 성과를 만들어낸다. 내 연봉이 10억이라면 어떤 일을 할 것 같은가, 이를 고민하고 실행한다.
세 번째로, 잘 먹고 잘 살기다. 건강한 식습관은 물론이고 혈당이나 혈압 관리, 몸이 심하게 망가져 있다면 병원 가서 고쳐달라고 말하기. 여러 개 있는데 너무 오래 미뤘다. 4월엔 운전면허 학원 등록하기.
봄이다
드디어 완연한 봄이 찾아왔다.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일단 패딩은 안 입어도 버틸 날씨가 되었다. 나는 날씨를 많이 타는 사람이라 봄이 찾아와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2분기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계획이 날씨와 별 연관은 없지만, 분기의 마지막 즈음에 찾아와준 만큼 브레이크포인트로 작용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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